[4th-Chain] "코인만 보느라 늦었다"…블록체인 기본법 논의 재점화
[4th-Chain] "코인만 보느라 늦었다"…블록체인 기본법 논의 재점화
2026년 5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 신뢰 인프라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국회 정책 세미나'에서 이효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가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김지훈 기자
블록체인 기본법 제정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가상자산 규제에 가려졌던 블록체인 기술 법제와 산업화 기반을 더 미룰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12일 국회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우영·이주희 의원 주최로 열린 ‘디지털 신뢰 인프라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국회 정책 세미나’에서는 블록체인 기본법 제정 전략이 집중 논의됐다.
기조강연에 나선 이효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블록체인 논의가 가상자산 거래 중심으로 좁아진 점을 먼저 짚었다.
그는 “비트코인이나 디지털 자산은 블록체인 생태계의 극히 일부분”이라며 “돈 되는 것에만 관심을 갖고 있지만, 그보다는 네트워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블록체인의 본질은 중앙화된 관리 시스템이 아니라 분산형 네트워크를 통해 거래 내용을 기록하고 가치를 이전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국내 법제 환경에서는 기본법의 의미가 더 크다고 봤다.
그는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법이 없으면 법은 곧 제도화”라며 “제도화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체제에서는 빨리 이런 법들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산업이 실증 단계에서 실제 서비스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기술의 법적 지위와 책임 구조가 먼저 정리돼야 한다는 취지다.
스테이블코인과 AI 확산도 기본법 논의를 미룰 수 없는 배경으로 제시됐다.
이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이 가격 안정성을 바탕으로 지급결제와 금융 인프라 기능을 할 수 있고, AI 에이전트 거래에서도 블록체인과 스테이블코인의 결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블록체인의 성능, 보안성, 거래 최종성, 개인정보 보호, 운영 장애 시 책임 구조가 제도적으로 정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블록체인 네트워크 기반 부족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 교수는 “스테이블코인 유통의 80%를 이더리움과 트론이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이용할 수 있는 메인넷이 없다”면서 “항상 이더리움이나 다른 외국 블록체인에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레이어1 퍼블릭 블록체인 생태계가 부재한 상황에서 결제·무역·AI 기반 거래 인프라가 해외 네트워크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다.
산업 지표도 기본법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됐다.
국내 블록체인 공급기업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매출과 고용, 해외 진출 지표는 기대만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2026년 5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 신뢰 인프라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국회 정책 세미나'에서 이동기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KBIPA) GRC 센터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사진=김지훈 기자
이동기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KBIPA) GRC 센터장은 블록체인 공급기업과 산업 규모가 숫자상 성장하고 있음에도 매출 10억원 미만 기업이 대다수인 생태계 구조는 “엇박자”라고 진단했다.
이 센터장은 블록체인 산업을 ‘아마추어 리그’와 ‘프로리그’에 비유했다.
같은 기술과 플레이어가 있어도 제도, 경기장, 투자 환경이 마련돼야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동일한 스포츠를 동일한 수행 능력을 가진 플레이어들이 해도 제도화된 틀 안에서 플레이할 때는 돈이 모이지만, 맨땅에서 축구를 할 때는 가치가 높게 평가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 사업의 한계도 언급됐다.
이 센터장은 “지난 10년간 과기정통부와 산하기관이 블록체인 기술 개발, 공공 실증, 확산 사업을 추진해 왔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투표, 중고차 거래 플랫폼, 유통 이력, DID 인증, 전자문서, 디지털 바우처, 자격증명 등 다양한 활용 사례가 나왔지만, 상당수는 PoC 이후 상용화 단계에서 병목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성과는 다양한 응용 서비스에 시도를 많이 해봤고 PoC까지는 대부분 성공한 것으로 이해한다”면서도 “문제는 상용화가 안 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안에라도 빨리 법 제도가 잘 마련돼 아마추어 리그가 아니라 프로리그에서 유니콘이 나올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2026년 5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 신뢰 인프라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국회 정책 세미나'에서 권오훈 차앤권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사진=김지훈 기자
법적 공백은 더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권오훈 차앤권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분산원장이라는 개념이 도입된 지 기술적으로는 10년이 넘었는데, 분산원장으로 기록한 경우 그 기록의 법적 효력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분산원장 기록의 증거력, 스마트컨트랙트의 계약상 지위, DID 기반 신원확인의 제도적 근거를 기본법이 다뤄야 할 핵심 쟁점으로 꼽았다.
권 변호사는 블록체인 기본법이 특정 기술을 특혜 대상으로 만드는 법이 아니라, 기존 법체계 안에서 불명확한 효력과 책임 문제를 정리하는 법이어야 한다고 봤다.
그는 “블록체인이라고 해서 차별해서는 안 된다”며 기술 중립성과 법적 안정성을 함께 강조했다.
김동환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는 블록체인 기본법을 디지털자산 기본법과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에 블록체인 기술이 상당 부분 도입돼 있다”면서도 “민간 업체가 블록체인 서비스를 하는 곳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블록체인 기본법 혹은 산업 진흥을 위한 법 제정을 통해 이런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발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김 변호사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중심의 금융 규율만으로는 블록체인 산업 전체를 포괄하기 어렵다고 봤다.
금융 분야에서는 디지털자산과 투자자 보호가 핵심이지만, 블록체인은 신분증, 자격증, 전자문서, 물류, 공공서비스, 데이터 검증 등 비금융 영역으로 이미 확장돼 있기 때문이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했을 때 법적으로 유효한지 여부에 대한 선언적 조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기본법 필요성에 공감했다.
박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장은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기본법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위원회가 디지털자산 기본법 등 규제 입법을 준비하고 있지만, 블록체인은 금융 영역에만 머무는 기술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박 과장은 “블록체인은 비금융 분야 DID라든지 신원 인증이라든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며 “실제 지역화폐에서도 활용하고 있고,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내재돼 성장할 수 있도록 그런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 측은 기본법 제정에서 문안의 실질적 내용이 중요하다고 봤다.
박 과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불확실성 해소와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며 “기본법의 내용도 중요하고, 어떻게 하면 가장 애로점을 해소할 수 있을지 그런 부분이 우선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금융위의 규제 입법 진행 상황도 함께 고려해 입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2026년 5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 신뢰 인프라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국회 정책 세미나'에서 김동환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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